게시판 인물사진은 박상봉(18회) 편집위원 입니다
|책을 내면서|
다시 불러보는 청춘의 노래
대구고등학교에서 문학 청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새삼스럽게 동문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문집을 엮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에게 ‘계단문학동인회’는 늘 자랑거리였고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이다. 그것은 고등학교 문학반으로서는 남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제7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시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인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문인수 시인, 제9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도시문명을 비판하는 시와 자연 서정을 지향하는 시로 자신만의 독특한 시적 경지를 개척해 온 이하석 시인. 지난 해 소월문학상을 수상한 송재학 시인, 촉망받는 작가에서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 등 계단문학동인회를 거쳐 간 동문들 중에는 걸출한 문인이 수두룩하다.
‘계단문학동인회’는 대구고등학교 문예반의 다른 이름이다. ‘계단’이라는 말은 1963년 가을에 열린 제1회 ‘달구문학의 밤’에서 비롯되었다. 이때 ‘달구’라는 이름을 쓰면서도 학교에 미리 허락을 받지 않아 문예반장이 유기정학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계단문학의 밤’으로 명칭을 바꾸게 되었는데,‘계단’이란 명칭은 이때부터 사용되었다.당시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체계도 없었고 마땅한 동아리 활동 장소도 없었기 때문에, ‘계단’에서 시작詩作 활동을 했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유례도 있다.
흔히 문학창작에 뜻을 둔, 등단하기 전의 문학 지망생을 문청文靑이라고 부른다. 나이로는 십대 중반부터 이십대 후반까지라고 할 수 있겠다. 맹목적으로 문학을 좋아하고 습작에 대한 열망이 가장 왕성하게 샘솟는 시기가 바로 문학청년 시절이다. 뼈를 깎는 외로움과 불확실한 미래에의 두려움, 젊은 날의 방황과 생에 대한 허기로 하여, 습작의 열망이 더욱 도발적으로 샘솟아나고 피가 끓었던 치기 넘치는 문학 청년기, 펄펄 끓던 용광로가 우리 몸 안에 불길을 지피고 있었다는 사실을 되짚어보는 일은 문학과 함께 고민하며 살아온 우리 모두에게 서늘한 감동의 추억을 안겨다 주는 일이다.
학교 공부보다는 문학 지망생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며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로 날밤을 꼬박 새우고 한 생애에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을 바쳤던 문학의 시대가 우리에게 있었다. 시의 물길이 몸 바깥으로 넘쳐흐르고 문학에 대한 열정과 용기로 굳세었던 황금시대. 화려했던 그 시절의 아름다운 날들을 위하여, 피끓는 청춘의 노래를 다시 한 번 불러본다.
졸업 이후 글을 계속 써서 일정한 성취를 이루신 분이 많지만, 반면에 마음과는 달리 수십 년 붓을 놓으신 분들은 이번 작업에 참가하면서 망설임도 컸을 터이다. 그러나 이 기회에 ‘달구언덕’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 ‘문청’ 시절의 풋풋함을 글로써 회복해 보고자 참여한 분들이 많았다. 대구고등학교 역사상 전례 없는 동문 문집발간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신 재경동창회와 소중한 글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동기와 후배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동문들과 편집 과정에서 수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은 분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자문위원_문인수 이하석 서지원 신동익
편집위원_박상봉 김상윤 노기준 윤성근 김재덕 신영곤 신종연

